날씬한 몸매를 공개한 머스크는 체중을 30파운드(약 13.6㎏)가량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머스크가 자신의 체중 감량 비결로 꼽았던 '기적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관련 업계는 최근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 프리필드펜' 5종이 국내에서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출시는 내년 상반기쯤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7년 241억달러(약 3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외부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코로나 비만'이 증가했던 만큼 시장의 성장세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기존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던 약들이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위고비도 원래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오젬픽', '리벨서스(경구용)'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4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당뇨 환자의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 유사체에 작용하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GLP-1 호르몬이 생리적인 양보다 많을 때는 위장 운동을 저하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수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위고비는 다국가 임상(STEP)에서 과체중은 물론 비만 환자 1961명을 대상으로 투약군(1306명)에서 기저치 대비 평균 14.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반면 대조군(655명)은 2.4% 감량에 그쳤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도 당뇨 치료제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비만 치료제로 바꾼 '삭센다'로 선풍적 인기를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효과는 높이고 투약 주기는 주 1회로 줄인 위고비로 비만 치료 시장 장악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알츠하이머성 치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 그동안 치료제가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질환까지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재 두 질환 모두 국내를 포함해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매주 10만건 이상이 처방되는 선풍적인 인기 속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공급 부족이 몇 달 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기존 환자에 대한 안정적 공급을 위해 신규 환자 대상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올해 36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관련 생산력 확장에 투자하는 등 폭발적인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미국 캐털란트에만 위탁생산(CMO)을 맡겨왔지만 지난달 두 번째 제조업체가 유럽에서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안으로 미국 내의 세 번째 업체가 생산을 개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일라이 릴리도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한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드)'를 비만 치료용까지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GLP-1 외에도 또 다른 호르몬인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GIP)에 이중 작용한다.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목표다.
후발주자인 만큼 위고비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직접 비교 임상도 시작했다. 마운자로가 임상에서 최대 22.5%로 사상 처음으로 20%가 넘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이 결과를 직접적으로 위고비와의 비교에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임상으로 진행된 경우 각각의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간접적 비교만 가능할 뿐 직접적으로 어느 한 제품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직접 비교 임상을 진행해 마운자로가 위고비 대위 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전 세계 7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내년 1분기 1차 결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무턱대고 이들 약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위고비 복용을 중단한 임상 참가자가 1년 후 감소한 체중의 약 2/3를 회복했다"며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지 여부가 연구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위고비가 미국 기준 월 1350달러(약 180만원)의 약값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평생 맞으려면 매년 2000만원이 넘는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해당 체중 감소가 순수하게 지방만을 빼는 것이 아니라 근육도 같이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작용 면에서도 임상 결과 설사·구토·변비·복통 등이 매우 흔하게 나타났다. 급성 췌장염, 급성 담낭염, 2형 당뇨병 환자에서의 저혈당증이나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투약군에서 위약군 대비 더 많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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